해외대학교 지속가능경영 사례, UCL (2)

영국 명문대학 UCL은 체계적인 ESG 시행 시스템을 갖춘 교육기관입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학교의 ESG가 단순히 학교 경영층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까지 ESG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UCL에서 진행중인 학생 주도의 이니셔티브 몇 가지를 다뤄보려 합니다.

 

♦ UCL Consulting Society

UCL Consulting Society는 UCL의 재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이니셔티브로, 현재 3,000명 이상의 멤버들이 경영, 전략, 기술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체의 주요 활동은 워크샵 등을 통해 학부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미리 컨설팅 전략을 익힐 수 있는 트레이닝 및 교육 분야, 그리고 스타트업, NGO 등과 직접적인 제휴를 맺고, 이들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분야로 나누어집니다.

프로젝트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본 컨설팅 서비스가 회사에게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낮은 기회비용으로 예비 컨설턴트들의 인사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고, 학생들 역시 졸업 이후 관련 분야 취업을 희망 시 유의미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회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장기적 윈윈(win-win) 투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Little LEAF

또 다른 UCL 학생들의 지속가능경영 사례로 2019년 iGEM 대회에서 처음 시작한 Little LEAF 챌린지가 있습니다. Little LEAF는 과학 연구소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독립 규범인 LEAF(Lab Efficiency Assessment Framework)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iGEM 대회에 참여하는 전세계 팀들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3단계 협력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1단계 "에메랄드 랩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험실에서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공시했다면, 2단계에서는 Departure Form을 통해 팀의 활동을 점검하고 이후 참가하는 타 팀에게 연계하게 됩니다.

마지막 핵심이 되는 3단계는 실패한 연구를 공시하는 일입니다. 실패를 기록하는 이유 역시 환경 이슈와 관련이 깊습니다. 대개 실패사례는 외부에 공시되거나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실험에 사용된 자원 역시 기록에서 빠지게 됩니다. 이때 다른 iGEM 팀이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불필요한 실험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같은 자원의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실험에 실패한 팀에게 실패 원인을 설명하고 외부에 공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 Sustainable Conference

Sustainability 컨퍼런스는 UCL을 포함하여 런던 대학교 시티, 킹스 칼리지 런던,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의 영국 상위권 대학 6곳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모임입니다. 컨퍼런스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 단체 등을 SDG의 목표와 관련지어 소개하고 비전을 나누며, 공통 관심사를 통한 유대감을 증진합니다. 해당 컨퍼런스를 통해 공유된 학생 이니셔티브 2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Cerita Iklim 커뮤니티: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기후변화

관련 SDG: SDG 13 기후변화


출처: The Global Goals

 

Cerita Iklim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후변화 이슈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이니셔티브입니다. 현재 10,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운영을 포함하여 저널 리뷰, 팟캐스트, 토론 등의 주력 분야를 모두 현지 언어인 인도네시아어로만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영국의 UCL 생물학 전공 대학원생이 설립한 커뮤니티임에도 발간물이 모두 인도네시아어로만 게시되는 이유는 창립자의 배경과 단체의 설립 목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창립자 Dhita Mutiara Nabella는 인도네시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UCL에서 환경 및 지속가능경영 프로그램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으로, 인도네시아 학생 회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Nabella처럼 소속 학생들의 전공을 살린 커뮤니티는 사회의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메인 주제 중 하나인 저널 리뷰 자체가 아직 많은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에 취약하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된만큼, Cerita Iklim은 기후위기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디지털 가교라는 비전을 실행하는 기구입니다.

Cerita Iklim에서 진행하는 웨비나의 특징은, 청년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소규모 방에 각 진행자가 배치된 형태로 세션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150여개 이상의 단체들과 지역 및 국제단위에서 협력을 진행하는 등 계속해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2) 마하라슈트라의 수경재배 시스템 기술: 인도의 식량 및 물부족 문제 해결

관련 SDG: SDG 12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출처: KIT

 

인도는 농업을 통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국가로,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측이 어려운 기상환경과 낙후된 수도시서러 등과 같은 여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에 UCL의 지리학부생 Rajlakshmi Patil은 Hydro-sauve라는 수경재배 기술을 대안으로 발표하였습니다. Hydro-sauve는 마하슈트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푸네의 교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토양을 이용한 기존 재배방식 대신 수경에 포함된 미네랄을 주영양소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사용가능한 생활용수의 부족으로 골치를 겪고 있는 인도인만큼 수경재배라는 말이 언뜻 모순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Hydro-sauve는 기존의 10프로에서 20프로 이하의 양만으로도 양상추, 아보카도와 같은 고급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기술이 장차 인도의 심각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Sharing Insights

UCL은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의 53%가 외국학생으로 구성되어있는만큼 학생 주체의 컨퍼런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국을 넘어 국가 단위의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선 인도네시아의 환경 이니셔티브 Cerita Iklim과, 수중재배 기술을 통해 인도의 국가적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Hydro-sauve 등이 보여주듯이,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을 학문적 필요를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실용적인 사업이나 커뮤니티에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SDG의 적용이 직접적인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UCL에서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심화한다면, 스스로를 다음 세대를 위한 매체로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