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부터 국내와 해외 교육기관의 우수 사례로서 아주대학교와 UCL의 지속가능 성과를 총 3개의 시리즈로 다루어보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그동안 진행되었던 국내 및 해외 교육기관 시리즈의 마침표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보다 한 발 앞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영국의 모습과 학생들에게 좀 더 주도권을 쥐어줄 수 있도록 고안된 UCL의 다양한 프로그램 자료들을 읽어보면서 느낀점이 많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본 포스팅에서는 국내 교육기관이 현재까지 달성한 성과, 성과로 인해 얻게 된 이점, 그리고 추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분석해보겠습니다.
♦ History, ESG를 통한 대학의 기여 및 성과
1.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지역 사회 발전 기여
첫번째 기여분야는 지역 사회의 발전입니다. 대학교는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선 대학은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긴밀한 연결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며, 학교 외부의 교수들과도 출판, 학회 활동, 연구 협력, 논문 심사 등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학은 교수와 학생의 교육, 학술 활동을 통한 관련 분야의 학자들과 네트워크, 산학협력에서 오가는 기술과 인력의 교환을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주대학교는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교육기관입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LINC+(사회맞춤형 산학 협력 선도대학 사업)가 있으며, 해당 사업을 통해 대학과 소속지역인 경기도 수원, 그리고 기업을 연계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현재 수원시에서 운영되는 약 9개 정도의 대학 중 경희대·성균관대를 포함한 수원시 소재의 대학 캠퍼스와 창업과 같은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주대와 성균관대는 2019년 공동으로 대학연합 창업캠프 개최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의 입장에서 위 같은 협력사업은 연구 및 개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이점을 가집니다. 지역사회 역시 장기적인 개발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이나 기술력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을 양성할 수 있으니, 결국 상호적인 이점은 커뮤니티 내의 선순환적 구조로 이어집니다.
2. 다음 세대 양성
또한 대학의 역할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분야와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이후 기업 맟 기관에서 ESG 경영 안정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중간다리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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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대학기관의 역할이 어떻게 ESG와 관련이 있으며 왜 중요한 걸까요? 본 질문은 왜 ESG가 대학기관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청년 세대들에게 중요한 과제인지라는 질문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ESG는 기존 CSR과 같은 기업의 윤리 혹은 책임론적 태도와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도모하는 공유가치창출(CSV)와는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응용된 개념이기 때문에 본 시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전 원론적인 개념에 충실한 기성세대보다 오히려 환경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평균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청년 세대가 ESG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고 육성하기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직 ESG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ESG는 화제성이 가장 높은 경영 용어 중 하나이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요. 때문에 그린워싱, ESG 라벨링과 같은 비판적인 여론이 생성되기도 했습니다. 화제성과 이해도 사이의 간극은 결국 ESG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세대들이 주도적으로 정의하고 풀어야 할 아젠다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관점에서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주대학교는 21년도 7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실천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지속가능발전리더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의 협업으로 추진된 해당 교육은, SDGs와 관련된 지속가능발전, 물 거버넌스, 재생에너지, 사회적 경제, 생애주기형 복지, 수원 지역 사회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Present, 아주대의 ESG 베네핏: 대학 경쟁력 제고
* 아시아 대학평가 179위 → 130위
앞서 언급된 지속가능성 관련 성과에 이어서, 이제는 지속가능 경영의 성공으로 아주대학교가 누릴 수 있었던 베네핏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주대는 올해 2021 THE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지난 해보다 49 계단 상승한 130위에 안착했습니다. 본 결과는 대학의 연구 역량 강화와 우수 인력 확보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아주대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된 10년간의 타임라인 계획 수립 이행을 통해 학교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이를 연구실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5년 연속 기술 이전 수익증가추이를 보이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학계 뿐 아니라 실제적인 사회와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경쟁력을 증진해왔는데, 여기에는 지속가능 경영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개편도 큰 활약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Future, 국내 교육기관의 미래 ESG 지향점
이제 국내 교육기관이 ESG 지속가능경영에서 추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방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1. 정부, 대학 기관, 지역사회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짓되, 협력의 방식을 통해 연대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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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관의 ESG 협력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정부의 역할을 명확하게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본 시점에서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지원 및 연대로 전망됩니다. 기업들이 각자의 특장점을 살려 ESG 경영을 수행하듯이, 대학 기관 역시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각 대학이 특별히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획일화된 교육을 주도하기 보다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연계적인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로서 정부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프로젝트의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재건하는 등의 펀딩이 필요한 작업들이 있는데 이 때 공공적 특성을 이용하여 투자나 재정적인 자금 지원 및 조달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역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ESG의 가시적 영향과 관련된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포괄적인 사고 도입
영국이 거쳐온 단계이자 여전히 국내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경영이나 특정 산업과 연관된 업무를 볼 때 ‘유관전공', ‘유관분야’와 같은 용어를 통해 한 분야에 연계된 범위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환경 및 기후변화가 자연 과학 계열 분야에서 많이 다루어졌었죠. 그러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는 관찰되는 현상에 대해 솔루션을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한 분야에 국한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 및 교직원들은 지속가능성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각자의 전공과 유관 지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사례로 UCL은 “Make Sustainability Part of Your Studies”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대학의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과 임직원들에게 주도적인 지속가능성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는데, 아직 상당수의 백그라운드가 자연계 및 이공계 출신이기는 하지만, 법학과나 철학과 등의 다양한 전공도 함께 연계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3. 임파워먼트 (Empowering Student)
마지막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주요 지향점은 타인의 자치적인 능력을 부여한다는 단어에서 유래한 "empowerment"입니다. 정부나 학교와 같은 기관의 차원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해당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앞으로 이끌어나갈 주체는 교육기관의 학생들입니다. 따라서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인사이트를 가지고 필요하다면 자발적 이니셔티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대학의 주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주도성을 높이는 일의 성과는 단순히 학생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진행하는 연구 및 논문 실적은 대학의 명성과 랭킹 등의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연구 사업화 등의 부가 활동은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을 증진하기도 합니다.
UCL은 2019-2024 전략의 비전문을 통해 공개한 첫번째 창설문에서 “내일의 리더로 올라설 UCL 학생들이 이곳 UCL에서 있는 동안 지속가능성을 개진 해나갈 수 있도록 empower 하는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현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단위를 넘어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학생들의 주도적인 지속가능경영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를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짓겠습니다.